사는이야기/책

제목에 낚였지만 여전히 고민 [결혼할까 혼자살까]

E.K.Lim 2017. 4. 16. 23:43
결혼할까 혼자살까 - 6점
젊은가족학자10인 지음, 한국가족상담연구소 엮음/김영사

마을문고에 책장에, 집으려던 책 옆에 있길래 제목에 끌려서 고른 책. 20년쯤 된 책이다(심지어 절판).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날로 많아지는 가운데, 나름의 고민과 해답을 내놓는 책인 줄 알고 골랐는데, 우정, 사랑, 결혼, 직장, 인간관계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다 담아내려다 보니 결국 잡지 기사 묶음처럼 되어버린 듯해 아쉽다. (잡지 기사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님, 다만 기왕에 '젊은 가족학자'라는 저자 나름의 전문성을 강조한 책이라면, 조금 더 깊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고민은 비슷하다는 게 웃겼다. 그런데 아마 20년 정도의 텀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대 초반의 2029를 대상으로 쓴 책이었는데, 이 때의 주인공인 X세대야말로 한국의 호황기를 맘껏 누렸던 세대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가장 풍요로웠고, 취직도 어렵지 않았고, 그래서 개성과 자유도 흘러넘쳤던, 젊음을 누린 세대. 그래서 20년 후 사고는 자유로워졌지만 각박한 현실 속에 얽매이게 된 지금 2029들과 비슷한 수준의 자유도를 가지게 된 것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해 보았다.
그래도 아주 필요한 조언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결혼할까 혼자살까'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에 대해서 말해준 바가 있어 여기에 옮긴다. 그것은 바로 '확실한 독신관'이라는 것. 시댁에 얽매이기 싫어서, 자녀를 낳기 싫어서, 그래서 독신을 선호하는 게 아니고, 내가 독신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어야, 돈이 있는 '화려한 독신'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괜찮은 독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좀 뜨끔했다. '아휴 오늘도 결혼에서 한발짝 멀어집니다'가 아니고, '비혼에 다가섭니다'가 되고 싶은 이유를 찾아야 독신도 할 수 있다. 반대로, 결혼하고 싶어서 누군가를 찾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더 함께 하고 싶어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사람을 찾으면야, 뭐가 문제겠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