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님의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통통 튀는데 줄기가 단단하다. 정세랑 작가님의 원작이라면 당연히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은 했다. 아하, 감독이 이경미 님이구나. 이경미 감독님이 나에게 주는 이미지는 ‘미쓰 홍당무’다. 그 전까지 내가 만난 여자 주인공은 예쁘거나 착하거나 아니면 예쁘고 착하거나 셋 중 하나였다. 예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 스무살에 이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불편함’이었다. 그리고 십여 년 동안, 내 삶이 클리셰 같을 거라고 믿었던 초롱초롱 스무살은 불편한 그대로가 삶이라는 것을 서서히 스며들듯 받아들이는 서른 살이 되었다. 올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작년 한 해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정말 손에 꼽을 거다. 캡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