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책

'마케터의 일'

E.K.Lim 2018. 5. 27. 12:32

마케팅은 DA나 개발자와 같이 '전문 기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많은 마케터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낀다. 최근 만난 선배 말로는 10년차가 되어도 그렇단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마케터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지, 어떠한 특성을 갖고 좋은지, 어떤 환경에서 목표를 가지고 일하게 되는지, 말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 놓은 책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상 읽어보니, 나는 '마케터의 일' 중에서도 '마케터의 일하는 자세'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고, 그런 나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다른 직무에도 적용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른 직무의 이름표를 달고 일하고 있지만, 마케터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고 싶어하는 나에게 참 괜찮은 책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에 의하면 어디를 가나 비슷한 비율로 나를 괴롭히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첫 회사에서는 '마녀' 부장님의 자존감 도둑질을 피하기 위한 사투를 벌였고, 두번째 회사에서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 문제만 터지면 서로 네 탓이라고 말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는..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배울 것 많은 동료들 사이에서 매일 매일이 보람차고 행복한데.. 내가.. 또라이일까.. 흠흠 . . 

최근 하고 있는 하나의 고민을 독후감을 빌어 이야기해보자면, 디렉션을 주는 사람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해 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만큼 진을 빼놓는 사람이 없다. 반대로 안 될 걸 알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하라니까 해보자.. 하는 삽질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알아서 잘 해 와' 타입의 자유도가 높은 일이라면 어떻게든 만들어올 텐데, 단순 작업류의 일이라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원하지 않는 상사에게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할지 답답하고, 이 일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 된다.


ㅡㅡㅡ 밑줄그은 부분


"마케팅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누구에게 팔면 좋을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제대로 실행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는 것, 이게 마케팅의 기본이고 실체라고 말이죠."


"일 잘하는 사람: 사리분별을 잘하고, 이해력이 높고, 공감력이 있고, 배려심 있고, 잘 설명하고, 일 욕심 많고, 부지런하고, 자존감 높고, 침착한 사람"


"미디어나 채널을 활용하는 기술은 그때그때 부지런히 익혀야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에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사 제품/서비스를 바라보고, 소비자가 모르는 그들의 불편까지 느끼고, 소비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알고 들려주는 것,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것이 우리 일의 본질입니다."


"경험할 때, 대상을 관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상을 관찰하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몰입은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비이성적일 때 떠지는 눈이 있습니다. 가성비로만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 있죠."


"지금 그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성장하는지입니다. ... 배우고 성장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말이죠.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잘 배우는 것 같아요."


"결국 성장은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에 주어진 틀 안에서 편안하게 머물러 있으면 성장은 더딥니다. 관찰하고, 생각하고, 또 다르게 생각하고, 해보고, 배워나가고, 실패하고, 바꾸는 사람이 성장하죠. 호기심이 많은 사람, 흡수력이 좋은 사람,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 생각하고 관찰하기 좋아하는 사람,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과 함께 성큼성큼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대를 미워하지 말고 '상대는 어떤 이유로 그런 믿음을 가졌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 이때 그 자리에서 내 억울함을 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대행사, 을 혹은 B가 알면 좋은 것

- 요청사항 뒤에 있는 진짜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 진짜 이유를 모르고 시킨 대로만 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문제가 안 풀리면 갑은 대행사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겠죠, 억울하지만.

- 입장이 다릅니다. 멋진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 설득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알면 좋습니다.

- 뒤에서도 욕하지 마세요. 스스로 일의 태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식하고 답답한 광고주라고 생각하면 일하기만 더 힘듭니다.

- 발표에서 분석 부분은 여간 재미있지 않으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 거에요. 결론이 중요합니다.

-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잘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더 크고 더 멋진 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동료들을 우선 믿어주고 사랑해 보세요. 소중한 동료가 되어주세요. 마음이 잘 맞고 일의 합이 잘 맞는 사람들은 소중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꼭 지켜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