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책

'선배님, 저, 잘할 수 있을까요'

E.K.Lim 2018. 4. 17. 14:36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 10점
전영민 지음/클라우드나인

<선배님, , 잘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를 읽고

 

내일이면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아직 일터도 아닌 겨우 신입사원 연수일 뿐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월급을 받으며 지낼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나의 길이 맞기는 할까, 사람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세련되고 성숙한 친구들이 많을 텐데, 그 중에 나만 너무 촌스럽고 후진 건 아닐까.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에 오간다.

그 중 하나, 큰 고민의 줄거리는 그거다. 일하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돈을 내고 일방적으로 배우는, 책에서 소개한 ''의 개념으로만 배워온 나는 일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익숙지 않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공자님께서도 배우고 때때로 익힌다 하셨으니, 배움은 지속적인 것이어도 일하면서 익히는 것은 어쩌다 한 번은 아닐까. 사회 생활을 늦게 시작하는 덕에 반대로 친구들과 선배들, 심지어 후배들에게도 회사 생활에 대한 푸념을 꾸준히 들어왔다. 소모적인 삶에 이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바쁜 와중에도 먼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꼭 그렇게 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막상 겪어 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긴장이 바짝 된다. ,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묻고 싶을 때 이 책이 왔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할 때 나를 유난히 좋게 봐 주시며 너 자신을 잃지 말라고 취업 준비 기간에도 힘이 되어주셨던 상사 분께서 지금의 나를 보셨다면, 이런 조언을 해 주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조차 모르겠다. 누군가를 찾아가서 질문을 하더라도 물음이 뚜렷하지 않기에 뚜렷한 답을 얻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서 던지는 열 한 개의 물음이 반가웠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물어가면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구나.

열 한 가지의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고, 저자의 의견과 비교해 보면서 일하면서도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 일이 어떻게 파생된 것인지 먼저 고민한다. 자신의 일의 폭을 넓혀 가기 위해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중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을 발굴해 낸다. 내 안의 지속적인 열심을 깨우기 위해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 나간다. 그렇게 탁월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다. 정말 이런 사람이 된다면 저자의 말대로 명함에 쓰여 있는 내가 아닌, 내가 태어난 후 학습하고 경험하고 고민하고 느낀 모든 것들로 나를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를 위해서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막연히라도 정해야할 것 같았다. 지금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는 씨앗 같은 존재지만, 같은 일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외에 거듭 고민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닐 때, 몇 군데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었다. OOO 씨에게 직장이란 무엇입니까.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내가 가진 역량과 노력으로 성과를 내고 보람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대답했었다. 저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의 대답에 이런 통찰을 얹어주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은 당신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을 조직의 힘을 빌리고 동료와 협력해서 성취하는 것이라고. 드라마에서, 신문 기사에서 나오는 멋진 직장인의 모습은 혼자서 밤샘 야근을 하면서까지 멋진 프로젝트를 해내거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직장 생활이라는 것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합하고, 그 힘들이 모여 비로소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역량과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직장이라는 조직 안에 어우러져 큰 단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조언하고 있었다.

열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언을 받았다. 나는 열정이란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과는 달리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속성이라는 속성을 부여했다. 다르게 말하면 열정이란 꾸준한 행동으로 이어져서 결국 성과를 만들어내야 진짜인 것이다. 성공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고, 좀 더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어떻게 이루어야 할 지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방법은 알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더욱 적다. 성과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 생각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열정인 것이다.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에 저자는 플랫폼을 활용하라는 팁도 제시했다. 2차 술자리를 가지 않고, 골프를 치지 않는 등 나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 처음 논의된 나의 역할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내 노하우를 전달해주고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보람을 느끼던 초반과 달리 갈수록 늘어나는 역할과 원장님의 영업 강요에 물린 적이 있다. 동료 선생님들은 모일 때마다 저마다 느낀 회의감을 나누고는 했다. 나는 해외에 나가게 되어 자연스럽게 그만둘 수 있었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회의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은 그런 와중에도 더욱 많은 시수를 맡아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원장님이 어떤 방식으로 학원을 운영하는지 눈여겨보았다. 듣자하니 그 선생님은 장래에 비슷한 학원을 경영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따라서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그녀에게 이 일은 단순한 학원 강사직이 아닌 일종의 미래 학원 경영자 도제 수업이었던 셈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지금 하는 일을 자신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일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나의 상사는 여기서 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것이다.

제발,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을 살지 마라.” 저자의 단언이 놀라웠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고 말한다. 나는 항상 어떤 삶의 모습으로 살면 행복해질까 궁금했고 그래서 국내로, 해외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러나 어디에도 파랑새는 없었다. 바라보는 이방인으로서 잠깐 머무는 곳은 마냥 좋은 곳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막상 그 곳에 살면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은 다 똑같았다. 나름의 고민이 있고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느낌은 인생이 존재하는 목적이 아니라 부산물이라는 저자의 말이 크게 와 닿았다. 저자의 말대로 만 원을 내고 롯데시네마에 가도 그만큼의 재미를 꼭 얻고자 하는데, 그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똑같이 재미있고 행복할 수많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안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고 장기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꾸준히 그려간다면, 그 안에서 행복이라는 부산물도 따라오지 않을까, 어렴풋이 그려보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사실은 아직 직장 생활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정답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앞으로 내가 채워가야만 하겠지. 다만, 조금씩 그 답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처음의 이 떨리는 마음, 일하면서도 성장하고 싶은 욕심은 꼭 간직하고 싶다.



예전에 신입사원 연수를 앞두고 썼던 글. 오랜만에 보니까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