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책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E.K.Lim 2017. 7. 23. 15:46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 8점
차현진 지음/쌤앤파커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참 어렵다. 그게 오롯이 나의 이야기이기만 해도 어려운데, 나와 얽힌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기까지 하면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지난 연애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까지 담아서 모두가 볼 수 있게 한 작가가 소심이 나에겐 그저 참 대단하다, 싶었다.


지나간 사람을 생각하는 정서를 글로 풀어낸 건, 마케팅적으로 탁월했다고 본다. 연애를 단 한 번만 해봤다면, 그리고 망쳐봤다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니까. 그리고 아주 재미있다.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확실히, 언제 사람들이 아, 하는지 아는 것 같다.


주변에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SNS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올리고는 하는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평소에 어떤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지 아는 입장에서 그 사람의 글을 보는 건 때때로 민망하다. '너 나한테는 그렇게 이야기 안했잖아.' 서투른 생각이 비집고 올라올 때가 있어서다. 같은 상황을 두고서도 내 생각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그 사람에게는 내 스스로에게 주는 것만큼의 관용을 주지 못하는 모자란 나 때문이다(온전히). 그런 의미에서 아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런 글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자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지난 사람을 좋은 기억으로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구나. 나도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그리고 적어도 나의 부족함으로는, 놓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