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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질은 그만! [인사담당자 100명의 비밀녹취록]

E.K.Lim 2017. 3. 12. 21:02
인사담당자 100명의 비밀녹취록 - 8점
김도윤.제갈현열 지음/한빛비즈

세상에서 제일 알고 싶은 것, 너의 마음. 누군가 엄청나게 답답하다는 듯 연애에 관해 남긴 짧은 글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고백이란 건, 내가 너를 좋아하기 시작했으니 너도 나를 봐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고, 서로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을 때 그걸 언어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그 전에 너를 좋아해, 라고 말해버리면 고백받는 사람은 '??'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고백하는 입장도 이해는 간다. 너의 마음이 어떤지, 너의 취향이 어떤지, 너는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 도저히 어떻게 다가갈 수가 없다. 그러니 일단 던져라도 보는 것.. 당연히 실패하겠지. 음, 차은우 정도 되면 몰라...♡ 큼큼.

다 알면서도, 내 이야기일 때는 참 안되는 것. 연애. 아니 내 말은 취업. 그나마, 나의 고백을 받아줘야 하는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읽게 된 책이다. 인사담당자 100명의 비밀녹취록. 왠지 정말 비밀스러운 내용이 들어있을 것만 같은 제목이다.

솔직히 리뷰한다. 이 책만이 갖고 있는 비기라든가, 이 책을 읽어야만 취업이 될 것 같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취업상담센터에서 모셔오는 대기업 인사팀 출신 선생님들이나 몇 십만원씩 주고 듣는 취업프로그램 강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비싼 돈을 내고 취업 특강을 들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이 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플러스, 각 회사의 인사팀이 와서 멋들어진 PPT로 발표를 하고 나서(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PPT 디자인과 멋들어진 영상에 대학교 4학년이나 되어서도 홀린다고?)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 답해드릴게요~' 하면서 꺼내는 이야기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되겠는가. (회사 동기들도 취업설명회를 나가봤지만 거기서 어떻게 진짜 100% 내가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겠는가. 인사팀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고.) 이 책에서는, 적어도 '이거 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지' 하는 이야기는 없다. 예컨대 이런 것. 스펙보다는 자소서를 봅니다. 저희 동기 중에도 나이 많으신 분 있어요. 전공보다는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서 나만의 이야기를 써 보세요. 인사팀조차도 '실제'보다는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책에서는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나이를 포함한) 스펙이 중요해요. 안 되면 다른 거라도 만들어야죠. 뭔가 비슷하지 않은가?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오빠를 잃고 싶지 않아서... 좋은 말이긴 한데 결국 너는 내 타입 아니라서 싫다는 거잖아. 희망고문보다는 차라리 솔직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너 그런 사람들만 뽑아봐 결국 니가 후회할 거야! 라고 당차게 저주해주고(?) 안 가면 되니까.


쓰다보니 감정이입으로 흘러갔는데(..) 하여간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취업이 안 되는데 왜 안 되는지조차 모르겠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인사담당자들을 100명이나 찾아다니면서 직접 들은 이야기. 막연한 '힘내, 잘 될 거야.'라는 이야기에 질려버린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기업은 이런 사람, 저런 스펙을 원하니까 이렇게 이렇게 준비해봐.' 하고 이야기해주는 선배의 조언. 물론 만능이 될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면접을 볼까봐 두렵다'는 한 인사담당자의 추천사는 솔직히 조금 낯부끄럽다.  그러나 대체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한, 취업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조그만 이정표가 되어주는 책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작가님의 마인드가 이 책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류의 '취업컨설턴트' 식의 접근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참 좋다. 작가님을 페이스북 팔로잉을 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그 취업이 어렵다는 '지방 사립대' 출신의 작가님이 후배들을 위해 몇 번이고 대구에 내려가서 취업 특강을 비롯해 후배들을 돕는 걸 보았다. 이 책은 아마, 그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선배의 마음으로 쓴 책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게 아닐까, 또 한 번 '궁예질'해본다.